전라도 지역은 조선 시대까지 전국 소금 생산량의 40%를 차지할 만큼 풍부한 소금 생산지였습니다. 해안에서 잡은 수산물을 고장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소금에 절여 담근 젓갈은 그 맛이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젓갈 중에서도 전라남도 김치에서 빠질 수 없는 멸치젓은 멸치를 소금에 절여 삭힌 젓갈입니다. 멸치의 주요 산지인 남해안 지역에서 많이 담그며, 5월에서 7월 사이에 나는 싱싱한 멸치를 사용합니다. 멸치 한 궤짝에 소금 두 되 반 정도를 넣어 담그는데, 보통 2∼3년 숙성된 멸치젓을 음식에 사용합니다. 멸치젓은 쌀이 주식인 한국인들에게 부족한 단백질과 칼슘을 보충해 주고, 오랜 기간 보관이 가능해 옛날부터 즐겨 먹은 발효음식입니다.
멸치젓은 숙성시킨채 용수를 박아 새어나온 액젓을 떠서 사용합니다. 또는 옹기에 그대로 담아 그늘진 곳에 멸치 뼈가 삭아 없어질때까지 뒀다가 양지바른 곳으로 옮겨 숙성시키고, 불에 올려 끓인 뒤 한지에 걸러 여과시킨 고운 액젓을 사용하기도 한다. 전라남도에서는 주로 멸치젓을 사용하지만, 조기젓, 황석어젓, 갈치젓, 새우젓 등을 사용하거나 여러 젓갈을 섞어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193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식자재 유통의 한계로 타 지역에서 전라남도 김치를 만들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1930년대 중 반, 교통의 발달로 서울까지 멸치젓 유통이 가능해졌고, 여러 신문을 통해 전라남도 김치 만드는 법이 소개되었습니다. 지금의 김치는 멸치액젓과 찹쌀풀죽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기본처럼 되어 있는데, 이는 전라남도 김치 맛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따라하면서 전국의 김치 제조법에 영향을 준 것입니다.
자료출처. 「김치 광주, 맛과 멋」, 세계김치연구소 발행